이 책은 DSM-5-TR 제III편에 수록된 진단 범주를 모체로, ① 사례, ② 진단과정에 관한 논의, ③ 사례에 대한 진단, ④ 읽을거리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진단 범주에는 정신건강 관련 기관을 찾는 사람의 비율에 따라, 적게는 1개 사례(11장/배설장애)에서 많게는 12개 사례(4장/우울장애)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백미는 APA에서 엄선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진단 범주별 실제 임상사례를 소개・분석한 후, 작성한 진단과정에 대한 논의가 소상히 기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역자는 저자가 전달하려는 의미를 정확하면서도 섬세하게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역자 본연의 사명이자 책임이라는 평소의 신념을 이 책의 번역과정에서도 그대로 실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DSM-5-TR』에서 사용되는 주요 용어를 우리말로 일관성 있게 옮기는 한편, 본문의 맥락에 따라 사용되는 유사어들은 최대한 서로 다른 우리말 용어들로 구분하여 옮김으로써, 저자들의 의도를 정확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때로 『DSM-5-TR』 한국어판의 용어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예컨대, 한국어판에서는 본문의 맥락에 따라 ‘disorder’를 ‘질환’ 또는 ‘장애’로, ‘illness’를 ‘질병’ 또는 ‘질환’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최대한 『DSM-5-TR』 한국어판에 제시된 용어를 준용하되, 저자들의 의도와 언어학적으로 일치하지 않거나 일관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일부 용어는 다른 우리말로 번역함으로써, 저자들이 각각 다른 용어를 사용한 의도와 용어에 따른 뉘앙스를 차별성 있고 일관성 있게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mania’는 ‘~광’으로, ‘~disorder’ 같은 복합어는 ‘~장애’로 일관되게 번역함으로써, 맥락에 따라 다른 용어 사용으로 인한 독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한편, 언어학적 질서를 유지하고자 했다. 이러한 일련의 선택은 잘된 번역은 번역된 내용을 다시 원어로, 원어를 다시 국문으로 번역하더라도 원저서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역자의 평소 소신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추가로, 이 책의 가독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은 다음과 같은 조치로 이어졌다. 첫째, 환자의 연령, 젠더, 인종, 및/또는 결혼상태는 일괄적으로 소괄호 안에 제시하여 환자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염두에 두고 사례를 읽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주의가 요망되는 진단명, 핵심 용어, 환자가 사용한 특정한 어휘 또는 표현 문구는 작은따옴표로 묶어 가독성을 높이고자 했고, 문장으로 제시된 환자의 진술 내용은 큰따옴표로 묶어 직접 인용함으로써 임상적 현장감을 더하고자 했다. 셋째, 필요한 경우, 약물 또는 물질의 명칭을 비롯한 전문용어는 원어명과 함께 ‘역자 주’를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넷째, 핵심 용어는 원어를 위첨자로 병기하여 우리말 용어뿐 아니라, 저자들이 사용한 용어를 참조할 수 있게 했다. 다섯째, 영문을 그대로 옮기는 경우, 관용적인 의미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주거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용어와 문장은 풀어서 가독성을 높이고자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