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형의 사건 사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성폭력 문제를 다룸에 있어 여전히 ‘폭력’보다는 ‘성도덕’에 집중해 왔다. 사회는 성폭력 가해자를 피해자가 ‘조심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악마들이 저지르는 일이고, 운이 나빠 피해자가 되었으며, 피해자는 일상을 회복하기 어려운 가엾은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젠더 감수성의 수준을 높여야 할 시기이다. 지금까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왜곡된 문화는 대물림되듯 그다음 세대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왜곡된 문화를 어릴 때부터 접하게 되면 이것이 잘못된 행위인지조차 인식하기 어려워진다. 성폭력은 우리의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는 성폭력에서 ‘폭력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의 경험과 감정을 되돌아보면서 폭력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러한 폭력이 왜 일어나는지, 앞으로 우리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해 나가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진짜 ‘우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우리가 성폭력의 가해 행동을 멈추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안전하게 회복하는 데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피해를 입지 않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가해자가 되지 않을까를 더 많이 고민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성폭력의 가해자였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