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구조주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상담을 모더니즘 패러다임의 사고방식과 언어로 설명한 것이다. 이야기치료에 익숙한 이들은 이 텍스트가 기존 상담의 언어와 표현으로 구성된 점에 대해, 이야기치료 외의 상담접근에 익숙한 이들은 기존 상담에서 당연시되는 전제와 절차를 당연시하지 않는 이야기치료에 대해 낯설게 느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두 가지 패러다임의 경계선 위에서 독자들의 호응이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에는 여러 해 동안 이야기치료를 연구하고 실천하며 강의실과 현장에서 교육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통해 축적된 저자의 지혜가 녹아 있다. 그러나 이야기치료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은 방대한 반면, 저자의 그릇은 그 방대함을 담아내는 데 충분하지 못하기에 이 책은 여러 곳에 빈 공간이 존재함에도 현재 모습으로 나오게 되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여기에 소개된 이야기치료가 White와 Epston의 창의성과 유연성을 훼손했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상담 서적을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회적 구성물 가운데 하나라 한다면 이 책 또한 이야기치료를 설명하는 다양한 텍스트 가운데 하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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