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굿은 사이코드라마에서 탄생했다. 그 둘은 근본적으로 이론적 토대와 형식이 많이 다름에도 생명굿은 상당 부분에서 사이코드라마의 여운을 간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이코드라마 자체를 완벽하게 체계화시키고자 했던 내 젊은 날의 열정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모레노가 사이코드라마를 빈틈 많은 형식으로 놔두었다고 생각해서 내 자신이 그것을 완성시켜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생명굿은 완성된 형식이 아니다. 생명이며 굿 형식 자체가 완성이라는 개념이 어울리지 않는 열린 개념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활용하는 수행자의 기질에 따라 수많은 변형이 다양하게 가능한 불완전한 형식이다. 이 책이 생명굿의 중심 맥락만을 기술하고 보다 세밀한 심리적 요소들에 대한 내용은 교육 훈련 과정에서 구두로만 전달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지금 이곳의 삶과 어긋나는 것은 지우고 새로 고쳐 쓸 수 있는 잠재력과 여백이 많이 있다. 과거에는 북극이나 남극, 얼음 바다 밑에서 혹은 심해에서 고기를 잡는 방법을 몰랐지만 오늘날에는 음파 탐지기 등을 이용하거나 잠수 시설이 발전하여 새로운 고기잡이가 가능한 것처럼 생명굿도 시대가 흘러가면서 새로운 관점을 지닌 뛰어난 수행자들에 의해 더 깊이, 더 참된 생명력을 길어 올릴 방식을 찾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생명굿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고 발전해 나가려면 후학들의 정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토속적인, 무교적인, 우리의 굿 냄 새가, 흙냄새가 짙게 풍기는 생명굿이 되어 나갔으면 좋겠다. 무교, 동학사상, 기 철학 공부도 더 깊어져서 구체적으로 생명굿에 활용되기 바란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참된 만남이 매 생명굿 마당에 서 소박하게 꽃피우기를 바라며 수행자들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변화되는 모습이 가장 큰 보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굿마당에 오시는 한 분 한 분이 소중 한 알님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아쉬운 점 하나는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를 믿고 알님이 되어 준 분들의 이야기를 노출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 간접적이나마 생명굿 형식의 희곡을 몇 편 썼다. 생명굿을 이미지화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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