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영국에서 만난 인지행동치료(CBT)는 제2의 물결과 제3의 물결이 공존하는 대세의 흐름 속에 있었다. 사실 나는 그 당시 실존주의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어떠한 이유로 대세 인지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인지행동치료의 문을 두드렸다. 그들이 열어 보여 준 세상은 간결함과 명확함 그 자체였다. 인지행동치료를 간단히 설명하면, ‘잡은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즉, 내담자가 자신의 인지행동치료사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했다. 환자로 바라보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믿고 그들이 치료 방법을 익힐 수 있게 하여 스스로를 돕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바라보게 된 세계였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인지행동치료는 수박 겉핥기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이론과 실습으로 구성된 강의를 통해 다양한 정신병리에 대한 각각의 접근방법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인지행동치료를 배우고 싶다는 학생들의 제안으로 연구소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인지행동치료의 명료함은 경험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외국 사례가 아닌 우리의 사례를 통한 실제적인 이해의 필요성 또한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에 연구 대상을 선정하여 인지행동치료를 실시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연구 대상은 DTR(일상적 사고 기록지)을 익혀서 보다 균형 잡힌 사고를 가질 수 있었고, 행동 실험, 심상 작업 등을 통해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10회기의 치료 과정은 내담자의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이러한 경험들이 학생들에게 전달되어 보다 효과적으로 인지행동치료를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었다.
그러나 인지행동치료를 배우는 학생들이 이론이나 간접적인 이해가 아니라 실제적이고 직접적으로 인지행동치료를 훈련받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의 번역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다.
※ 작업기록지 관련 다운로드 주소 https://www.guilford.com/bennett-levy-fo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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