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을 남긴 유명화가로 이 책에서 소개한 인물은 모두 35명이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을 위시해서 뭉크, 모딜리아니 등 20세기 현대 화가들에 이르기까지 35명의 화가들이 남긴 자화상을 통해 그들의 심리적 상태를 단편적이나마 다루어 보고자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천재적 화가의 대다수는 일생 동안 정신적 고통과 갈등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인물들이다. 비록 그들은 프로이트가 주장한 무의식과 승화의 개념을 알지 못한 채 생을 마치고 말았지만, 창조적 예술 활동 자체가 본질적으로 갈등을 먹고 산다는 점에서 본다면, 적절한 갈등 해소책을 얻을 수 없었던 화가들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자화상을 통해서라도 표출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자기 치유에 대한 갈망이 절실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 한 가지는 위대한 걸작을 남긴 천재 화가들일수록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남다른 고통과 갈등을 겪었으며, 그런 갈등의 해소책으로 수많은 자화상을 남겼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런 자화상을 통해 창조적 주체인 화가들의 은밀한 내면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시대적 간격을 뛰어넘어 인간적 고뇌의 승화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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