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영화 대 역사』를 출간할 때만 하더라도, 영화로 역사를 다룬 저서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역사학, 문학, 철학 따질 것 없이 인문학 강좌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즉, 영화매체는 예전보다 위상이 훨씬 커진 것이다. 영상매체의 첨단을 이끌고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게 ‘영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영화는 커리큘럼의 한 축을 당당히 맡고 있다.
근 20년의 세월은 역사영화를 보는 필자의 시각도 변하게 했다. 처음에는 영화를 실제 역사와 비교·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영화가 역사를 그대로 담아낼 수 없다는 영화적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점차 스크린의 그 장면이 사실史實인지 아닌지와 별개로, 어째서 그렇게 각색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영화평론가 시각에서 감독이나 제작자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변화가 필자에게 나타난 것이다. 이젠 역사영화를 볼 때, 역사학자와 평론가라는 두 관점이 부딪히지 않으면서 역사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영화 속 역사, 제작 & 에피소드, 영화 VS. 영화로 나뉜다. 영화 속 역사에는 영화를 선택한 이유, 시놉시스, 영화와 실제 역사를 순차적으로 설명했다. 제작 & 에피소드에는 영화제작 관련 뒷이야기 혹은 배우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영화 VS. 영화는 동일한 사건이나 인물을 다르게 표현한 영화를 선택하여 설명했다. 같은 사건이나 인물도 아주 달리 해석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