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죽음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의 주요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죽음에 대한 관점과 대처방식은 개인의 삶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심리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죽음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학문적 관심이 급증하여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필자가 지난 몇 년간 죽음의 주제에 관한 연구자료를 천착하고 탐구하면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죽음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좀 더 상세하고 깊이 있게 소개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총 7부 24장으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의 책이 되었다. 죽음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지닌 독자들의 목마름을 조금이라도 해갈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삶은 죽음을 배경으로 할 때 가장 잘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죽음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소중한 삶을 의미 있게 잘 살아야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죽음의 운명은 바꿀 수 없어도, 죽음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은 바꿀 수 있다. 죽음은 우리의 몸을 침범할 수 있어도, 우리가 스스로 허락하지 않는 한 우리의 마음을 침범할 수 없다.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다스릴 수 있어야 좋은 삶과 좋은 죽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은 필자 자신의 삶과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노년기로 향하고 있는 대한민국 베이비붐 세대를 염두에 두고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저술되었다. 한국전쟁의 폐허와 가난 속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과정의 고난과 영광을 함께 겪으며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이제 중년기를 넘어 노년기에 접어들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동료애를 느낀다. 인생의 봄과 여름을 뒤로하고 가을과 겨울을 성숙한 마음으로 맞이하며 품위 있는 마무리를 준비하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