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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사이코패스에 대한 현대과학적 연구의 기초를 구축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범죄심리학 교수 로버트 헤어(Robert Hare, 1934~ )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이 사이코패스의 전부는 아니다. 최고경영자나 중역의 사무실에도 있다.”하는 말을 남겼다. 여기에는 우리가 언제 어디를 가도 사이코패스와 함께 쉽게 조우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사실상, 사이코패스 인구는 생각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의 1%에서 사이코패스의 증후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것은 수량적으로 보면 특정 암 환자 수를 훨씬 능가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암 환자처럼 국가에서 받는 사회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사이코패스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은 망상이나 환각을 수반하는 정신병자도 아니요, 자신의 심리적 갈등 때문에 괴로워하는 노이로제 환자도 아니다. 더군다나 그들의 일상생활이 편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사악한 성격 장애자로 낙인찍혀 있다.
그들은 어떻게 분류되어도 공통적으로 부정적 성격 특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흔히 그들을 사기꾼, 거짓말쟁이, 냉정한 사람, 자기 중심으로 행동하는 사람, 임기응변 기술에 능한 사람이라고 본다. 이렇게 보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부분적으로는 맞다. 아쉬운 것은 그들에게도 긍정적 심리 특성이 있는데 그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도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특성과 함께 긍정적 특성이 공존한다. 우리 사회와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이코패스와 관계되는 학문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심리학, 철학, 사회과학, 신경학, 간호학, 육아학, 신경과학, 범죄학 그리고 법학 등이 그 일부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들이 이룩한 통합된 과학지식 체계는 없고 카고 컬트 사이언티스트(Cargo Cult Scientist)와 카고 컬트 피플(Cargo Cult People)이 주동이 된 굿판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이 굿판은 사이코패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없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해는 과학적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와 같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이 조그마한 책자를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