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생을 살아가며 경험하게 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잘못을 제대로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나에게 지금 여기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 근원적인 질문이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Keynes의 말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사건과 사고, 재난과 참사가 시설물의 부족, 제도 혹은 시스템의 결여와 단속의 부재 그리고 교육과 훈련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기존의 관점에 고착되고 매몰된 접근만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학적 관점에서 위험과 안전을 살펴보는 것은 위험이 발생하고 안전이 충족되는 외부 환경의 변화가 인간의 심리라는 내재적 원인에서 기인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위험과 안전에 관한 심리학적 접근 역시 인지적, 지각적, 행동적 그리고 공학적 장면이나 산업조직체에 적용되는 이론만이 아니라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을 덧입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목표를 위해서 연구된 자료들을 수집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안전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완전하게 충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제대로 표현되고 담겨 있는가는 장담할 수 없다. 안전의 속성이 미래적이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작업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보지 않은 길의 지도를 만드는 사람처럼 막막하지만 용기 있게 발걸음을 내딛는 이유는 앞서 용기를 보여 준 선배들의 자취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심리학 여러 분야에서 다루어 온 위험과 안전에 관한 연구 성과물을 소개하고, 향후에 더욱 생각해 보아야 할 점들을 살펴보고자 노력하였다. 이 책이 위험 해결과 안전 충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동시에 건설적인 비판과 조언을 통해 보다 훌륭한 안전심리학 책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