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오래전부터 정서기억은 좀처럼 제거하기 힘든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대해 뇌과학자들은 정서학습이 공고화 과정을 거쳐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면 해당 신경회로가 영원히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보았으며, 이를 전제로 임상가들은 정서기억을 무시하거나 억제하는 심리치료를 실시해 왔다. 그러다 보니 심리치료 후에도 다양한 요인이 정서적 암묵기억에 인출 단서로 작용하여 증상이 재발하기 일쑤였다. 이와 같은 오랜 임상 분위기 속에서 Ecker, Ticic과 Hulley는 증상의 근원인 정서적 암묵기억을 제거하는 탁월한 방법을 담아 Unlocking the Emotional Brain을 출판하였다. 사실, 이 책에 담긴 전제와 치료절차는 2004년 무렵에야 규명된 뇌과학계의 획기적인 발견과 Ecker, Ticic과 Hulley의 오랜 임상 경험을 멋지게 수렴한 결과다.
이 책은 뇌과학 및 임상과 관련된 재미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임상 장면에서 치료적 재공고화 과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령, 3장에서는 치료적 재공고화 과정에 대한 단계별 설명과 함께 각 단계를 적용하는 방법을 맛볼 간단한 사례를 제시하고, 4장에서는 변형적 변화의 순간인 병치경험을 적용하는 과정을 소개하며, 7~10장에서는 장별로 다양한 증상을 치료하는 전 과정을 제시하여 치료적 재공고화 과정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5장에서는 치료적 재공고화 과정을 통해 애착 접근의 지평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6장에서는 다양한 접근으로 치료적 재공고화 과정을 구현하는 사례를 제시하면서 임상 접근의 통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저자들 역시 여행지는 안내하나, 교통수단은 상담자의 스타일이나 창의성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말로 이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뇌과학과 임상실제의 수렴이 낳은 창조물인 치료적 재공고화 과정은 다양한 상담이론의 통합을 지원하는 동시에 각 접근이나 상담자의 개성이 발휘될 여지를 제공하는 메타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