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우리나라는 근대교육을 도입하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양적·질적으로 급속한 압축 성장을 경험하였다. 근대적 교육제도는 서구의 것을 모방하였으며, 교육적 삶의 풍경이 낯설고 어색한 서구식으로 구성되었다. 한국 근대교육의 성장은 후발 국가로서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여 부국강병을 달성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도와 학교교육을 통해 출세할 수 있다는 사적 욕망이 결합한 결과였다. 국가발전을 위한 국가의 통제와 성공의 유일한 통로라는 개인들의 믿음이 한국교육을 지배하였다. 지금까지 교육을 둘러싼 국가와 개인의 욕망은 한국의 교육풍경을 좌우하는 두 축이었다.
한국의 교육풍경에는 매우 이질적인 것들이 뒤엉켜 있으며 그것을 잘 그려 내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동안 연구라는 이름으로 행하였던 한국의 교육풍경을 담은 풍경화를 모은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와 내용은 중립적이지 않다. 교육이 사회적 구성물인 것처럼, 이 책의 주제와 관점 또한 저자에 의해 의도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다양한 주제의 풍경화들이 하나의 화첩으로 묶일 수 있었던 것은, 그것들이 모두 지금의 한국교육을 그리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중에는 낡은 풍경화도 있고 비교적 때가 덜 낀 풍경화도 있지만, 예외 없이 당시 사회의 교육풍경을 그린 것들이다. 교육이 사회성과 역사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적어도 당시에는 성찰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주제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의 눈으로 보면 다소 낯설고 사소하며 어설픈 것도 있지만, 그것 모두는 현재의 교육과 분리될 수 없다. 흑백영화를 보면서 스크린 저 너머의 사회를 읽는 것은 매우 재미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작업은 당시 교육풍경을 살펴보고, 그 시대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의 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푸코(Foucault)의 지적처럼 이 풍경화들이 한국교육의 계보학적 연구를 위한 아카이브(archive)로 이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