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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군가 내게 코메니우스(John Amos Comenius, 1592~1670)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핵심 단어’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대답하겠다. ‘미로(labyrinth)’와 ‘판소피아(Pansophia)’!
그가 교육학 분야에 끼친 지대한 영향을 고려해 볼 때, 그의 교육사상에 대한 연구는 그리 다양하지도, 심원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삶과 저작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듯이, 그의 신학사상과 교육사상은 분리되지 않으며 분리될 수도 없다. 그는 교육의 마당을 지나지 않고는 신앙의 궁전에 들어갈 수 없음을 누누이 천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예수 사역의 대부분이 교육이었다는 점을 굳게 믿었으며 그 길을 걸었던 교육사상가요, 교육실천가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에 대한 연구의 출발점을 그의 교육사역(敎育使役)에서 찾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판소피아와 교육』은 바로 이런 점에서 기존의 저작들과는 차별화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이 창조하고 구조화한 세계에 대한 코메니우스의 교육사상을 코메니우스처럼 생각하고 시각화하고 있다. 기존의 연구들과 달리 저자는 코메니우스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판소피아(pansophia)의 의미와 구조를 밝히고 이것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판소피아의 사상 속에서 코메니우스가 본래 구현하고자 했던 목적과 소명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판소피아와 교육』은 코메니우스 연구의 중요한 학술자료로서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메니우스의 저술 구조 안에 담긴 삶의 지혜를 찾아내려고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접근방식이 새로울 뿐만 아니라, 코메니우스 사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2부에서 코메니우스의 교육 저작들 안에 담긴 전체 구조와 세부 구조의 의미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교육학적으로 새롭게 조명한 점은 그의 교육사상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