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매일 40명 이상이 자살로 목숨을 버리는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8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학생, 해고 근로자, 정치인, 운동선수, 연예인, 대기업 임원, 전직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삶을 마감한 사람들의 소식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며,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과 주변의 문제에 절망하여 혹은 그 문제의 잘못된 해결방법으로, 또 현실을 회피하기 위하여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자살은 자살로 사망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이웃, 친구들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관심과 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사회적·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회의 특징을 반영한 자살 예방 대책은 필수적이다. 선진국의 경우, 자살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왔지만 너무나도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여러 가설과 주장들만이 있을 뿐, 최근까지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분명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국내 역시 자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살에 대한 연구와 대책은 초보적 수준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의 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자살 예방 대책이나 자살 예방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살 위험에 직면한 사람들을 최일선에서 대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쉽게 판단하기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 자주 접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하여 자살에 대한 좀 더 다양한 각도의 이해와 실용적인 접근 방법을 알게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자살에 대한 임상 경험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 내용들을 요약하였고, 이러한 내용들을 제한된 실제 상황에서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1부에서는 여러 상황에서 자살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각 상황에 따른 자살 위험성의 관리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자살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을 직접 대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의 의료진, 지역사회 정신보건 전문가, 임상심리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